우리 가족은 ‘추석캠핑’을 시작으로 캠핑의 문을 열었다. 캠핑에 필요한 텐트 구입, 에어매트,부터 자잘자잘한 식기까지 구입하고 나니 다시는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이 싫다고 할 때까지 향후 몇년은 텐트를 가지고 방방 곡곡을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기분이 들떴다. 아이들이 다 크고 우리 곁을 떠나면 사랑하는 나의 님과 함께 다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캠핑은 우리에게 설렘을 준다.
아이들또한 들떠서 몇일 전부터 추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일기 예보상에 보니 비소식이 있어서 하늘이는 간절히 기도를 했다. “ 하나님 비가 안오게 해주세요.” 순수한 하늘이의 기도가 부러웠다. 나는 아이의 기도에 비가 오더라고 즐거운 캠핑이 되기를 덧붙여 기도했다. 우리 모두 긴장을 했던것 같다. 차에 모든 짐을 가득 싣고 울산에서 출발할땐 분명 비가 왔는데,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공주는 날씨가 34도. 이 좁은 대한민국 땅에서 이렇게 날씨 차이가 나다니. 하늘이의 기도는 찰떡같이 응답했다. 캠핑하는 2박 3일동안 쨍쨍한 햇빛으로 응답하신 하나님을 경험했다. 체감온도 36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가을날의 캠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우린 깨달았다. 기도는 좀더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라는것을. 다음부터는 비도 안오고 적당한 날씨를 위해 기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짐을 풀고 첫 식사는 소고기와 라면이다. 물놀이 채비를 다 한 친구들부터 하나둘 모여드는데 역시 먹는데는 빠질 수없는 강하늘이 일등. 아주 많이 먹고 물놀이 풍덩해서 아주 많이 놀았다. 둘째날 오전에는 아빠와엄마도 함께 물놀이를 하며 아주 많이 놀았다. 물놀이 후엔 또한 아주 많이 먹었다. 밤엔 티비를 보았다.놀고 먹고 놀고 먹고 하는 중에 아이들 또한 그동안 받았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확 풀렸으리라.
날씨가 무척 더웠다. 더우면 더운가보다 추우면 추운가보다 라고 날씨에 무딘, 아니 날씨에 잘 적응하는 나는 준비해간 토지를 읽으며 휴식을 취했다. 아빠는 준비해온 영화한편을 보았다. 같이 또 따로 시간을 보내며 캠핑의 하룻밤이 지나고 있다. 아 이것이 꿈일까 생시일까. 이젠 더이상 휴가때마다 비싼 숙박비 걱정을 안해도 된다. 당일치기 휴가도 그만해도 된다. 이렇게 가족을 위해서 캠핑장비를 구비하여 준비해준 성철님께 감사했다.
새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추석 둘째날. 부여에서 차가 밀려서 한시간 반을 달려 딸을 보러오신 아빠에게 감사했다. 새우고 꿉고, 낙곱새도 끓여서 맛있게 먹었다. 아빠와의 시간은 여전히 어색했기에 괜히 예솔이에게 말을 건넨다. 예솔아 우리아빠에게 잘해줘~ 말도 잘해주고 인사도 잘 하고~ 알았지? ㅋㅋ
언니도 왔다. 작고 아담한 텐트와 푸짐한 먹을거리를 사온 형부와 언니. 언니가 오니 힘이 불끈 생겼다. 나에게 언니는 엄마이고, 친구이고, 언니였다. 언니가 오니 분위기도 화기 애애해 지고 이야기꽃도 활짝 피어 너무 좋았다. 추석은 부담없이 야외에서 보내는것도 나뿌지 않은거 같다. 온 가족이 모이는 것이 꼭 집이 아니어도 되니까. 이번 추석은 집이 아닌 캠핑을 택해여기서 같이 밥먹고 시간을 보내는 선택을 한 것은 너무 잘 한 일 같다.
캠핑의 꽃은 불멍이지. 불 앞에 도란도란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아이들은 자기들끼리의 시간을 보내었다. 사는 이야기, 있었던 이야기로 울고 웃다가 보니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간다.
다둥이네 두집이 모이니 어린이집 수준이 되었다. 에어메트에 형제끼리 잠든 모습이 귀엽다. 저렇게 잠 자리를 정하기까지 자기들끼리 많은 회의를 했고, 결국엔 자기 형제끼리 자게 되었는데 머리대자마자 잠든 성원이부터, 아이들의 대장 봄이 언니까지. 추억 한장 간직한채 저렇게 잠이 들었다.
달도 밝고 날도 맑고 우리의 모습도 좋았던 우리들의 캠핑. 이틀째가 지나고 있다.
삼일째 아침. 8시부터 떠오는 태양은 뜨겁다. 집에 갈 채비를 하는데 한 나절이 걸렸지만 언니와 형부의 도움으로 무거운 텐트를 다 접고 집에 올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공주는 지금 비가 쏟아지고 있다고. 무더웠던 추석의 열기를 식혀주는 비에 감사.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고 집에 무사히 돌아왔다. 뭔가 꽉채운 시간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