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일 목요일 맑음.
햇살을 보니 우도가기 좋은날이다. 제주도에서 몇일 안되는 아주아주 맑은 날씨.
시금치과 당근을 잔뜩 넣은 김밥을 싸서 성산항 종합여객터미널에 도착.
우도 가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었다. 배를 또 타고 가야 하면, 표를 끊어야 하고 절차를 이해해야 한다. 이런것을 알아보는것이 좀 부담스러웠나보다. 어젯밤 잠들기전에 은근히 날씨가 흐리길 기대했다. 우도에 갈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것이 있다. 우도 가는 방법이 그랬다. 우선 우도가는 방법 유튜브를 몇개를 찾아보니 우리 가족이 하늘이 덕에 차량을 갖고 승선할 조건이 되었었다. 수동적인 나는 이런 복잡한 것에 대해서는 보통 남편이 하는데.. 이번 스케줄은 보통 내가 짜니까.. 내가 매표하는 법도 알아보아야 한다.
성산항까지 45분. 매표소에 가서 두장의 승선 카드를 쓰고 (가족 이름. 차량기종과번호)신분증을 챙겨 매표소에 보여주니 끝. 차를 끌고 배에 승선하면 끝. 돌아올때까지 끊었기 때문에 아무때나 나오면 되니까 끝. 이 쉬운것을 긴장하다니.
우도 여행지는 가보니까 몇군데 없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가 멈추고 싶은 곳에 멈추어 즐기면 끝.
#서빈 해변
홍조괴변이라는 것이 잘개 부숴저서 생겨난 모래사장 같은건데 발에서 깔끔하게 떨어지는것이 마음에 들었다. 에메랄드빛 바다색깔은 캐리비안 해변 못지않은 아름다운 색깔을 띠고 있었다. 아이들이 바닷가에 발을 담그고 있는 순간순간이 인생샷이다.
#김밥, 우도봉
아이들은 걷는것이 너무 싫다고 했지만 우리는 밥을 먹이고 충전을 해서 데리고 갔다. 이 우도에 아는사람은 엄마아빠밖에 없는 힘없는 아이들은 하기싫은 일도 해야 하는 것을 여기서도 배운다. 우도봉 가는 길. 날씨가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햇살이 너무 뜨겁다. 덥다. 봄은 힘들다고 했다. 이런게 힘든 봄이 부러웠다. 라떼는 말이야~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아빠엄마랑 같이 가는 길이 힘든것이 부러웠다. 잠깐의 뜨거움을 버텨내면 끝나는 이 힘듬이 부럽다고.. 이 길의 끝엔 부모님이 사주는 달콤한 아이스크림까지 기다리고 있다.
#땅콩 아이스크림 ,검멀레해변
우도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것이 땅콩 아이스크림이라고 해서 먹어본 땅콩아이스크림. 두스쿱을 먹었는데 부족하지 않은 느낌은 너무나도 달아서 더이상 못먹을 정도였다는것. 내게 먹는거란.. 궂이 먹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것.
우리는 절경을 본다. 아이들은 오래보아야 보이는 것을 본다.
아이들이 재미없게 앉아 있다가 갯강구 한마리를 발견했다. 갯강구를 따라가다가가 켜켜히 바위 사이 켜켜이에 꽃게들이 우리를 경계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 것을 보다가 현무암 구멍구멍에 집을 삼아 앉아있는 고동을 본다, 우리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현무암 색깔의 갯강구를 찾는다. 석회질암 사이사이에 스물스물 기어가는 꽂게를 찾는다. 고인물엔 이보다도 작은 것을이 헤엄치는 것을 발견한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곳 절경에 사진을 찍고 집에 가지만 솔과 하늘이처럼 이곳에서 갯강구와 꽂게와 고동을 찾는 아이, 오래보아야 보이는 것들을 발견해 내는 아이들은 너희들 밖에 없을꺼야.
# 비양동포구
비양동포구에선 왕소라껍데기를 가져왔다. 소라껍데기에 색깔을 칠해보는 미술 놀이를 위한 작업이다. 소라껍데기는 다 똑같아 보이지만 아주 미묘하게 다름이 있다. 모양도 피부의 질감도, 색깔도.. 우리들의 모습이 다른것처럼 소라도 자세히 보면 다 다르다. 우리는 자세히보고 오래보는 연습을 한다. 느리게 가는 연습을 한다. 제주에서. 한달살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이다.
# 드라이브.
우도는 차를 타고 이십분이면 해안도로를 다 돌수있다. 우리는 시간이 남아서 반대로 한바퀴 더 돌았다. 돌다가 예쁜곳이 있으면 멈추어 사진을 찍는다. 왕소라 앞에서도 사진을 찍는다. 우도 오길 잘했다.
#하하호호 카페
중국인들이 많이 와있었다. 카페에서 담배피는 사람도 중국인, 먹은것을 치우지 않고 가는것도 중국인. 아이들이 이야기 했다. 중국인은 원래 안치워 ?
아 그래? 그럼 너희들도 혹시… 중국인 ?
국적을 불문하고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이 있다. 이런것들을 잘 지키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제버거 마늘맛. 하나를 시켜서 한 입씩 맛을 보았다.
봄책
하하호호 카페 옆에 있는 작고 예쁜곳이 어딘가 봤더니 작은 책방이다. 우연히 들른곳에서 이곳은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책방일까..
하늘이가 말해준 그림책 ‘우리엄마는 해녀입니다’ 그림책이 바로 놓여져 있었다. 욕심부리지 말고 바다가 자연이 허락한 만큼 누리며 살아라는 교훈의 책을 보면서 욕심이 죄를 낳고 죄를 잉태한다는 성경 말씀이 생각났다.
거의 한달만에 통화한 엄마와의 전화에 또 마음이 엄청 불편했다. 오이김치를 제주도로 부쳐주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절대로 함께할수 없는 아빠엄마온가족모임을 사모하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고.. 차라리 아빠에게 가는 것을 모르게 가는게 엄마에게 상처주지 않는거라는 말에 나는 또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다. 그냥 욕심부리지 않고 살면 안되나..
# 11시 배로 우도 하우목동포구에 들어가서 5시30분에 나왔다. 늦게 출발해서 다 못보고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한건 그냥 내 걱정뿐
우도는 한 나절로도 충분하고도 남는 여행지였다
#저녁은 칼국수
우도 짬뽕과 짜장면이 유명하다고 해서 먹고 오려고 했으나 이미 마감했다는 말과 함께 집에서 칼국수를 해먹기로 했다. 홍합을 샀는데 신선도가 떨어져서 다 버리고 멸치국수를 낸 야채 칼국수를 끓였는데 맛이 좋았다. 아빠표 칼국수. 두그릇 먹고 밥도 먹고. 맛있는 저녁은 우도짬뽕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맛이 좋았다.
마무리는 피넛츠 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