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에 시공주니어 문고판을 읽어보려고 몇권의 책을 선정했는데 우선 우리나라 작가들이 쓴 책부터 읽어볼 양으로 고른 책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다. 특이 조성자 작가님의 독특한 표현들이 눈길을 끌었다.
- 불퉁한 목소리
- 자근자근 얘기하는 모습
- 눈을 씀벅였다.
- 자잘한 눈물이
- 새치름한 얼굴로
- 오돌토리
- 샐쭉 웃음이
- 나는 무르춤해져 물뚱멀둥
- 작은 눈을 흡뜨고
- 해낙낙해 보였던
- 눈을 크막하게 뜨며
- 얼굴이 씰그러지더니
- 쿨렁쿨렁 눈물을
- 눈을 두릿두릿 뜨고 겁먹은 눈으로
- 오빠가 한 말을 다금다금 떠올려 보았다
- 휘뚝거리는 걸음으로
- 성하가 싼 짐은 사부랑해서 엉망이었지만
- 가슴속에서 물큰 따뜻한 것이 올라왔다.
이 책은 사춘기시절에 재혼하는 엄마를 따라 새로운 가족을 만나면서 내면의 갈등을 겪어내지만 책을 좋아했던 아빠의 영향으로 책을 많이 읽은 주인공 성은이는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간다. 엄마가 새 아빠 앞에서 웃는 모습을 보면서 햄릿의 구절을 생각해 냈고, 자기가 좋아하는 책 마틸다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추천해 주기도 하고, 나쁜 친구들 패거리에서 나오고 싶어하는 친구를 위해 도와주어야 생각했을때 데미안의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고전문학을 읽으며 인생의 지혜를 얻는다고 하는데 삶과 인생에 적절하게 잘 적용해서 글을 써내려간 모든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얼마전에 읽은 <<햄릿>>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났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다.’
맞다 그 말은 우리 엄마를 두고 한 말이다.
남편이 죽은 지 두달도 안 되었는데 죽은 남편의 동생인 클로디어스와 결혼한 자신의 엄마인 거트리트 왕비를 두고 햄릿이 한 말이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엄마를 생각했다. 그래서 이 구절을 읽고 또 읽었다. 이 말은 세상의 여자들에게 한 말이 아니라 바로 우리 엄마를 두고 한 말이라고 속으로 얼마나 뇌까렸는지 모른다.
물론 햄릿의 엄마인 거트리트 왕비의 경우와 우리 엄마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 엄마는 두 달 만에 결혼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나 아빠를 잊고 햄릿의 엄마처럼 클로디어스와 다정하게 지내는 것을 똑같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약한 자다.
나는 침대에서 <<위대한 유산>>을 읽고 있었다. 찰스 디킨스는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였다. 아빠는 <<위대한 유산>>을 몇 번이나 읽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는 내게 중학생이 되면 꼭 읽어 보라고 했다.
더구나 <<위대한 유산>>은 내가 좋아하는 책인 <<마틸다>>라는 책 속에서도 나왔다. 마틸다라는 천재소녀가 어릴 때부터 책을 읽었는데 그 아이가 <<위대한 유산>>을 읽었다는 대목에서 내 눈이 크게 열렸다. 다섯살짜리 아이가 읽었는데 내가 못 읽을 것이 무어람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화장실 가는 것조차 아까울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나는 수진이에게 내가 좋아하는 책 <<마틸다>>를 건네 주었다.
“이 책은 금방 읽을걸. 마틸다의 부모님을 보면 넌 놀랄거야. 세상에 이런 부모님들도 있구나 하고 … …. 진짜 이런 부모님들은 없겠지만. 하여튼 재미있어.”
수진이는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수진이를 바라보며 나는 <<데미안>>을 생각했다. 아빠 책장 속에 꽂혀 있었던 책.
책 제목이 간단했찌만 무언가 나를 강하게 끄는 것이 있어서 뽑아 읽었는데 아직도 뒷부분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 부분은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어린 시절이 나와 있어서 무척 재미있었다. 그 부분은 세번도 넘게 읽었다. 싱클레어가 크로머라는 아이에게 시달리고 있을 때 데미안이 싱클레어를 그 아이의 속박에서 구해 내는 줄거리는 읽어도 읽어도 재미있었다.
크로마는 싱클레어에게 돈을 뜯어냈다. 싱클레어는 그 시랄림속에서 마음과 몸이 쇠약해지고 있었는데, 데미안이 크로머에게 나타난 후 다시는 크로머가 싱클레어를 괴롭히지 않게 되었다.
나는 데미안이 어떻게 크로머를 혼냈는지 정확히 모른다. 데미안이 폭력으로 크로머를 혼낸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폭력보다 더 큰 힘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나는 그것이 데미안의 눈에서 뿜어 나오는 힘일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아니면 말의 힘일 것이라고 생각도 해보았다.
어쩌면 지금 나는 데미안과 같은 역할을 해야 될지 모른다.
”“성은아 엄마는 새아빠와 사랑하며 살고 싶단다… 예전에 아빠와 살았던 것처럼.. 그래도 되겠니 ?
나는 가만히 있었다.
<<몽실언니>>책이 생각났다. 몽실이 엄마인 밀양댁이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정씨아빠를 버리고 김씨 아빠와 결혼했을 떄 행복하지 못했따. 밀양댁은 늘 몽실이를 생각하며 마음아파했다. 나는 엄마와 함께 살고 또 새아빠의 사랑까지 받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엄마가 몽실이 엄마인 밀양댁처럼 불행한 것은 싫다.
나는 엄마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가족으로 살면서 어려움이 있을때 더욱 똘똘 뭉쳤고, 결국엔 새아빠를 아빠라고 부르겠다고 아빠에게 허락을 받고 살아계셨을때 아빠가 지은 시를 읊으면서 글은 마무리 된다.